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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강제 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과 방일 성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문활동단체/사무국 2023. 3. 21. 11:49
[ 윤석열 정부의 강제 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과 방일 성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문 ]
“윤석열 정부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얻고자 고개를 숙였는가?”
- 정부여당은 '일본 전범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을 즉시 철회하라! -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아픔이 있다. 일제 강점기,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 징용을 당했다. 그들은 만주와 일본, 남태평양과 사할린 등으로 끌려 다니고 목숨을 위협 당하며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그런데 일제에 의한 강제 징용과 노동 착취의 상처로 삶이 망가져 버린 이들에게 윤석열 정부는 또 다른 상처와 고통을 더했다.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본 전범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은 다수 피해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본의 비위만을 맞추는 터무니없는 결정으로 국내외의 수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정부 발표 이후 1박 2일간 진행된 방일 일정 내내 보여 준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은 그 분노에 심각한 우려를 더했다. 저자세로 일관한 대통령의 언행과 입장에도 일본 정부는 과거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후안무치한 입장과 태도를 유지했다. 대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얻고자 고개를 숙였는가?
정부의 결정과 방일 기간 동안 보여 준 대통령의 언행은 3.1절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나라를 빼앗긴 이의 잘못을 우선 강조하며, 이제 과거를 덮고 일본과 협력하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일본의 우익세력이 주장해왔던 한일 관계 해법과 꼭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강제 징용과 노동 착취의 후유증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아 계신 분들도 아흔이 넘었는데, 과거의 잘못된 역사는 제대로 바로잡히지 못한 채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도교 성서가 증언하는 하느님의 사랑은 언제나 더 낮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로 흘러간다.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것, 압제받는 이들을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사 58:6) 이것이 역사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었고, 그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가운데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으라고 명령한다.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와 정의평화사제단은 일본 제국주의의 강제 징용과 노동 착취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처참한 과거에 홀로 버려진 피해자들의 손을 잡는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단순명료하다. 강제로 자신들의 젊음을 빼앗은 일본 전범 기업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당시 미지급된 임금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 또한 해당 일본 전범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해서라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최종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이는 국제법에도 부합하는 정당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자국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했다. 일본 전범 기업에게 정당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대신,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체제와 질서 구축을 위한 제대로 된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화해와 치유는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책임 이행, 피해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의 인권과 국민들의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은 채, 한일 관계 정상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국제 관계는 평화 체제와 질서 구축에 오히려 독이 된다.
사회와 국가에 존재하는 약자를 우선하는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이들이 양심의 눈으로 지켜보는 한,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삭제하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이들은 결코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세상의 아픔은 모두 이어져 있다. 일본 전범 기업과 정부의 강제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일관된 입장은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세상의 무수한 아픔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다짐이다. 또한 한일 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평화 체제와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결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와 정의평화사제단은 윤석열 정부의 ‘일본 전범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일본 전범 기업과 정부가 비인도적 범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을 다할 때까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평화의 역사를 바로 세울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목소리 높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하나.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일본 전범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을 즉시 철회하라!
○ 하나, 일본 전범 기업과 정부는 지금 당장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신속히 이행하라!
○ 하나, 양국 정부는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에 힘써, 동북아시아 평화 체제와 질서 구축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어라!
2023년 3월 18일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 정의평화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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